구미호뎐의 세 번째 에피소드에 주인공인 이연을 저주하는 방법으로 염매라는 것이 등장합니다. 염매는 주술의 일종으로 그 본질이 너무 악하고 잔인하여 금지된 주술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 염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린아이를 죽여 만드는 귀신 염매
보통 구전이나 동화의 형태로 전해져 내려오는 요괴나 귀신에 대한 이야기와는 다르게 염매에 대한 기록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이익의 성호사설에 일부 나와있습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나와있는 염매에 대한 이야기는 염매를 만드는 방법과 함께 왜 이 염매가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이유 등이 나와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염매는 무당이 다른 집의 아이를 훔쳐다가 행했던 주술이었습니다. 도둑질한 아이에게 충분한 음식을 주지 않고 겨우 죽지만 않고 연명할정도로만 음식을 주며 살게 합니다. 아주 가끔 맛있는 음식을 주기도 하는데 역시나 그 양이 많지 않습니다.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말라가게 되고 거의 죽을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상태가 됩니다.
이 시기에는 먹을 것만 보면 아이가 먹기 위해 기를 쓰고 달려들기 시작하는데 이 즈음 무당은 죽통을 하나 만들어 죽통 안에 맛있는 반찬과 먹을 것을 넣어둡니다. 아이는 죽통 안의 음식냄새에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죽통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기다리던 무당이 아이가 들어가면 아이를 칼로 찔러 죽여 죽통 안에 아이의 몸과 혼을 가두어버립니다.
무당은 아이가 죽은 후 이 죽통을 들고다니며 부잣집들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죽통을 살짝 열어놓아 죽통 안의 아이의 혼이 이 집에 스며들게 합니다. 음식을 곯다 칼에 찔려 죽은 아이의 혼은 그곳의 사람들에게 불운과 병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때 무당이 그 집에 접근하여 그 집의 액을 다 막아주겠다며 돈을 받아내고 아이의 혼을 거두어갑니다.
성호사설에 따르면 염매를 행할때에는 여러 가지 범죄와 함께 아이가 한을 가질만한 상황이 더해져야 합니다. 일단 아이를 납치하여 어디인지 모를 곳에 가두어두고, 아이를 학대하는 것도 모자라 살해하기까지 하죠. 납치되었다는 공포와, 허기, 그리고 이유 없는 살인은 아이가 원한을 가지기에 충분하지만, 아이의 영혼은 이미 무당이 주는 음식과 죽통에 매여있기 때문에 죽어서도 무당의 뜻에 따라 조종당하게 됩니다.
이런 주술의 배경탓에 염매는 고독이라고 불리는 다른 주술과 함께 가장 사악한 것으로 취급되었고, 이것이 기원한 중국에서도 금지된 주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미호뎐 1938 ep.3에서의 염매
구미호뎐 1938에서의 염매는 성호사설에 등장하는 것과는 조금은 다른 설정들이 살짝씩 보입니다. 일단 장면상, 무당이 아이를 훔쳐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집의 아이를 사 오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또한 죽통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뒤주에 가두어 굶겨죽인것으로 표현되죠. 뭐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원한은 쌓일만한데 여기에 등장인물 이연과의 특별한 인연을 통해 아이의 원한이 이연을 향하게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구성했습니다. 여기에, 눈을 마주하면 눈이 먼다라는 설정이 더해졌는데 이건 원래 염매에 대한 이야기에는 없어 설정 이긴 하지만 염매 자체가 대상에게 병을 주는 저주에 가까운 힘을 가진 것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중간에, 자신을 새타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요괴는 염매 따로 새타니 따로이긴 합니다. 새타니가 염매처럼 굶어죽은 아이귀신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에 새타니를 염매와 동의어로 활용한 것 같은데 이 둘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로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새타니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다루어보록 하겠습니다.
2023.05.17 - [먹고 노는 이야기] - 한국형 아기 미이라 '새타니' 구미호뎐1938 e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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