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는 부엌을 관장하는 가택신인 조왕신이 있습니다. 국가마다 조금씩 부르는 이름이 달라 한국과 중국은 조왕신, 일본은 가마신이라고 불렀다던 이 가택신 조왕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조왕신은 부뚜막신?
한국의 설화에서 조왕신은 부엌에 터를 잡고 짓 들어 지내는 여신 중 하나로 주로 묘사됩니다. 불을 관장하는 신이면서 동시에 집안의 살림에도 주로 관여하는데 여성들은 이 조왕신이 부뚜막에 깃들어져 있다고 믿어서 부뚜막을 보며 남의 흉을 보거나 하는 행동을 하면 부정을 탄다고 믿었다고 전해집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어릴 때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던 기억들이 있는데 아주 어린 시절에는 저희 할머니 댁에도 부뚜막이 있었습니다. 그 부뚜막이 어린아이들 입장에서는 꽤 걸터앉기 좋은 높이에 겨울이면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어 저도 종종 걸터앉아 있노라면 할머니가 부뚜막엔 걸터앉는 것 아니라며 타박을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지방을 밟지 마라 같은 일종의 오래된 속설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조왕신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부뚜막에 앉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마도 조왕신 믿음에 관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조왕신을 모시는 집에서는 조왕신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여러 금기들을 지켰고 그중 부뚜막에 걸터앉는 것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한국의 설화에서는 주로 여성의 형상으로 나타나지만 중국에서는 남성으로 설명되는 경우들도 많으며 주로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리해 옥황상제에게 보고하고 그에 맞는 복이나 상들을 가져와 집안에 내리는 역할을 수행하는 신으로 알려져있습니다.
2. 문헌으로 남은 조왕신
조왕신에 대한 기록들은 다른 요괴나 수호신에 비해 다양하게 남아있는 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그 기록이 남아있고, 중국에서는 전국시대 문헌인 <전국책>에 그 기록들이 남아있습니다.
3. 구미호뎐 1938의 조왕신
구미호뎐 1938에서는 현대문명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부뚜막 때문에 조왕신이 깃들 곳이 없어졌다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현대화가 이루어지면 셔 1980년대 이후에는 시골에서도 부뚜막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불교사찰에서도 최근엔 인덕션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부뚜막이 사라진 세상에서 조왕신의 자리는 좁아졌다고 보는 것이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집안을 수호하고 복을 주는 조왕신이 현대 사회의 변화로 자신의 자리를 잃자 사람들에게 원한을 가지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라는 주인공 이연의 멘트가 등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가 대중화되면서 일부 가정에서는 아파트의 주방에 쌀이나 물을 떠놓는 집들도 한동안은 있었다고 합니다. 부뚜막은 없지만 부엌은 있으니까요. 문화가 바뀌고 집을 만드는 방법이나 거주하는 방법들이 바뀌면서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것들이 많이 사라진 지금, 약간은 아쉽고 쓸쓸한 느낌을 남기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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