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뎐에 등장하는 장승할아버지는 여주인공인 지아가 버스를 타면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가 버스에 타는 것을 막고 사라집니다. 이후 그 자리에 장승이 있었다는 것이 화면으로 보이는데 장승할아버지는 어떤 전설이 있을까요?
1.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장승 할아버지
장승은 우리나라에서는 꽤 오래된 토착 신앙 중 하나입니다. 예전엔 마을앞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라는 글귀를 써서 한쌍의 장승이 마을을 지키는 일들이 꽤 많았고 이 장승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인간문화재도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서 장승은 그리 특별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보편화된 신앙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나무를 이용한 장승이 대세이지만 지역에 따라 돌로 만드는 장승들고 있고, 제주지방의 돌 하르방 역시 이런 장승문화가 제주지역에 뿌리를 내리면서 약간 변형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바닷가 마을에는 장승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솟대들을 주로 만들기도 하는데 모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는 동일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승들의 주요 기능은 마을앞을 지키며 마을에 침입하려는 악한 기운들을 막기 위함이었는데 마을을 수호하는 것과 동시에 해당마을을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도 이해되곤 합니다.
장승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의 일화들도 꽤 여러 가지 전해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변강쇠의 이야기입니다. 변강쇠가 마을의 장승을 도끼로 찍어 장작으로 사용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전국팔도의 장승들이 회의를 열어 변강쇠가 500가지 질병에 걸려 죽도록 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장승을 해치는 것은 일종의 금기로 여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변강쇠 이야기가 퍼지면서 장승에게 해를 끼치면 질병에 걸린다는 이야기로 발전했고,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장승에게 막걸리와 북어를 바치고 빌어야 한다고 전해집니다.
2. 구미호뎐의 장승
구미호뎐의 장승은 위의 설화에 비교적 충실한 설정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여우고개 근처 마을을 지키는 수호 장승 중 하나로 추정되는 이 장승할아버지는 눈가에 상처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 상처가 누군가에게 해를 입은 흔적으로 여겨집니다.
이후 지아가 이 할아버지를 모셔다 드리고 택시를 잡는 장면에서 동네의 장승하나가 보이는데 이 장승에도 동일한 위치게 눈가의 상처가 나 있죠. 아마도 누군가가 장승에게 해를 끼친 모양인데 장승의 아래에 막걸리가 놓인 것을 보아하니 그 해를 끼친 자 역시 병에 걸려 장승에게 막걸리와 북어를 바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구미호뎐에서의 장승은 이외 마을을 지키는 장승이면서도 비교적 자유롭게 서울시내를 활보하는데, 이것은 아마도 장승이 고정된 위치에 있는 사물이 아닌 이것에 깃든 수호신이라는 설정을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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