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뎐은 전편부터 현재 방영되고 있는 시즌2 모두 설화나 민담등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역사와 관련된 소재들도 가끔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인 구지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구지가의 설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龜何龜何 首其現也 /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작자 미상의 고대가요로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구지가는 도대체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알 수 없는 알려진바가 크게 없는 고대가요입니다. 하지만 몇 가지 추론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있으니 금관가야의 시조인 수로왕의 탄생설화와 얽혀서 전해지는 내용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서기 42년 3월 계욕의 날 (계욕의 날은 3월 삼짇날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쉽게 표기하자면 42년 3월 3일) 북쪽의 굳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사람소리 같기는 하나 형상 없이 소리만 들려와 '여기에 누가 있느냐?'라고 물어옵니다. 구간 등의 인물이 "우리가 있소"라고 대답하자 '내가 있는 곳은 어디냐?"라는 반문이 돌아옵니다. 구간이 다시 "굳이요"라고 대답하자 목소리가 말하기를 “하늘이 나에게 명하기를 이곳에 와서 나라를 새로 세워 임금이 되라 하였기에 여기에 내려왔다. 그러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산봉우리를 파서 흙을 모으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놓아라. 만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고 노래하면서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대왕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이에 너희들은 매우 기뻐서 춤추게 될 것이다.”라고 전하게 됩니다. 이 말을 들은 구간들이 그 말대로 행하자 하늘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6개의 알이 내려오고 이것을 다음날 다시 열어보니 모두 동자로 변해있었습니다. 이 동자들이 이후 6가 야국의 왕이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이 수로왕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굳이(龜旨) | 경남 김해시 구산동의 언덕으로 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탄생지로 알려져 있다.
구간(九干) | 가야 건국의 주체가 된 9명의 씨족장.
2. 구지가에 대한 해석
설화에 따르면 구지가는 일종의 제례음악에 해당하는 것 보는 것이 통설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전설이나 신화들이 모두 그렇듯 해석의 방법도 가지가지, 내려진 결론도 가지가지이고, 하나로 정리되어 이것이 구지가의 의미가라고 단정적으로 결론지어진 것이 없다 보니, 여전히 많은 미스터리를 가진 노래이기도 합니다. 구지가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전의 구전가요나 고대가요등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온 시조나 노래들은 일할 때 부르는 노동가처럼 일종의 대중성을 가지거나 혹은 기원이나 바람을 가진 일종의 기도에 가까운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구지가는 조금 다른 형태입니다. 무엇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나, 흥을 돋우는 재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영물이라고 여겨지거나 혹은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거북이를 대상으로 지시를 하고 협박을 합니다. 머리를 내지 않으면 구워 먹는다니, 뭔가 호전적이고, 불량한 느낌을 주죠. 때문에 이 노래가 한 국가의 시조와 관련하여 불려진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갈래의 해석이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진실이야 뭐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죠.

3. 구미호뎐 1938에서의 구지가
이런 구지가가 구미호뎐1938에 등장했습니다. 역사적으로 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노래를 구미뎐에서 소비하는 방법은 사실 생각보다 매우 가볍긴 했습니다만, 뭐 그래서 안될 것은 없죠. 이 드라마에서 구지가는 장수거북이가 변신한 삼천갑자동박삭의 머리를 베기 위한 주문으로 활용됩니다. 구간들처럼 노래를 부르며 춤은 안췄지만 여튼, 그리하니 동방삭은 숨겼던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은 것은 삼천갑자동방삭이나 구지가나 마찬가지이지만, 하나의 존재가 가진 삶에 대한 욕망보다야, 나라를 세우기 위해 한 나라의 국민들이 수없이 읊조리며 이어온 구지가가 훨씬 내공이 센 것은 당연한 일, 구지가의 말대로 목을 낸 동방삭은 풀이 아닌 잘 벼려진 제대로 된 칼인 우투리의 검에 의해 사라지게 됩니다. 동방삭 하나 죽이자고, 우투리의 검에, 김수로왕의 탄생설화까지 동원된 것은 좀 과한 것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그 덕에 오랜만에 학창 시절 배웠던 구지가를 떠올려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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